우리가 매일 먹는 쌀밥, 빵, 감자요리.
당연한 풍경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인류는 이런 '당연함'을 얻기까지 수천 년 동안 끊임없이 기근과 싸워왔습니다.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 논란도 '먹거리'를 둘러싼 불안이 여전하다는 신호입니다.
쌀, 밀, 감자 같은 작물들은 단순히 맛있어서 선택된 게 아닙니다.
가뭄, 병충해, 전쟁, 추운 겨울을 버티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생명줄 같은 존재였습니다.
한국에서는 6.25 전쟁 이후 굶주림을 견뎌야 했던 세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한 끼의 소중함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다시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설마' 싶지만, 그 설마가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쌀, 밀, 감자가 주식이 되기까지
인류가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 먹을 수 있는 식물은 매우 한정적이었습니다.
씨앗을 뿌려도 금방 죽거나, 수확량이 너무 적거나, 병에 쉽게 걸리는 작물이 많았습니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실패와 기근을 겪은 끝에,
쌀(아시아), 밀(유럽과 서아시아), 감자(남미) 같은 '버틸 수 있는' 작물들이 주식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 쌀은 습기에 강하고, 저장이 용이했습니다.
- 밀은 다양한 기후에 적응할 수 있었고, 가공이 쉬웠습니다.
- 감자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성장하고, 칼로리가 높았습니다.
결국, '기근을 이겨낼 수 있었던 식물'이 인류를 살렸던 겁니다.
현대 사회, 풍요 속에 잊힌 감사함
오늘날 쌀밥 한 공기, 식빵 한 조각을 두고 '감사하다'는 말을 꺼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마트에는 항상 음식이 넘치고, 외식은 일상처럼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이 풍요는 영원할까요?
물론,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농산물 생산 걱정은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먹거리는 단순히 '국내 수요'만으로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 변화, 국제 공급망 불안, 식량 자급 문제까지 함께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 전 세계 식량 가격 지수는 팬데믹 이후 급등했다가, 최근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 이상기후로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릴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다시 다가오는 식량 위기
최근 들어 식량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바로 국제 무역 갈등입니다.
특히 미국의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2025년 들어 미국은 주요 교역국들과 농산물 관련 관세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만약 관세가 높아지면, 수입 곡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처럼 곡물 자급률이 낮은 나라에게는 단순한 뉴스가 아닙니다.
-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약 20% 수준(2023년 기준)입니다.
- 나머지 80% 이상은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습니다.
만약 수입 곡물 가격이 올라가면,
- 가공식품 가격 상승
- 식비 부담 증가
- 저소득층 식량 불안 심화
같은 연쇄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곡물은 언제나 싸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은, 국제 정세 하나로도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본과 인도의 움직임을 보면 이 흐름이 더 분명해집니다.
- 🇯🇵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산 옥수수와 대두 수입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 감소를 대신 받아주려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 🇮🇳 인도는 과거 식량 부족국이었지만, 현재는 세계 8위 농산물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여전히 평균 37.7%라는 높은 농산물 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각국이 자국 농업과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한국처럼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 스마트 농업과 균형 잡힌 개발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수입처를 바꾸자'는 접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국내 농업을 살리고, 미래 식량 생산 기반을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적은 인력으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스마트 농업입니다.
- 드론을 이용해 농약을 뿌리고,
- 센서로 토양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고,
-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재배 조건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스마트 농업은 노동력 부족, 생산성 저하, 기후 변화 같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부동산 개발과 농지 보전의 균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 무분별한 도시 확장은 농지 감소를 불러옵니다.
- 농지가 줄면, 국내 식량 생산 능력도 떨어집니다.
도시 개발 계획을 짤 때, 농업 생산 기반을 고려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정부, 기업, 농업인 모두가 협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
거창한 정책 이야기를 떠나서,
개인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 지역 농산물(로컬푸드)을 구매하기
-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 농업과 식량 문제에 관심 갖기
이런 작은 선택들이 모이면,
우리 사회가 식량 안보를 강화하는 데에도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결론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인류는 수천 년 동안 기근과 맞서 싸우며 살아남았습니다.
쌀, 밀, 감자 같은 작물은 그렇게 우리 곁에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국제 무역 변화와 농지 감소, 기후 위기 같은 새로운 불안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는 스마트 농업, 균형 잡힌 개발, 그리고 조금 더 긴 호흡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부모 세대 중에는
한 끼를 채우기 어려웠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매일 당연하게 누려왔던 한 끼의 풍경을 앞으로도 지킬 수 있을지,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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