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 시급이면 한국 갑니다: 일본이 인력전쟁에서 지는 이유

시선의 재구성 2025. 5. 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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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에서 “일본보다 한국에서 일하겠다”는 말, 자주 보이지 않으셨나요?

최근 일본 토요게이자이(東洋経済) 신문에서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습니다.

환율도 낮고, 일하려는 사람에게 조건도 까다롭고, 임금까지 낮으면
사람이 안 오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일 수 있습니다.
지금 일본은 그걸 체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에는 “일본에서 일한다”는 말이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꽤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일본은 안정적인 경제, 비교적 높은 임금, 그리고 기술력을 갖춘 나라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한국, 그리고 대만에 일본이 밀리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보입니다.

2024년 한 조선업 현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는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일본이 시급 1200엔을 제시했는데, 한국이 1700엔을 제시하면서 노동자를 뺏긴 거죠.
이유는 단순한 ‘시급 차이’가 아닙니다.
환율, 이민 정책, 임금 구조까지 겹친, 구조적인 이야기입니다.


# 조선업에서 일할 사람, 일본 대신 한국으로 간다

2024년 5월, 일본 조선업체 한 곳이 인도네시아 기술 인력을 모집했습니다.
제시한 시급은 1200엔. 일본 기준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한국에서 같은 인력에게 시급 1700엔 상당의 보수를 제시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입니다.
노동자는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예전엔 이런 일 없었는데...”
일본 업체 관계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상황은 단순히 한 번의 패배로 끝나지 않습니다.
조선업은 일본과 한국이 직접 경쟁하는 산업입니다.
일손 부족한 와중에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겁니다.


# 1달러=109엔이면, 일본이 졌을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같은 시급이라도, 환율에 따라 실질 가치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당시 일본 환율은 1달러에 155엔 정도였습니다.
반면 한국은 1만5454원(시급 1700엔 환산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걸 일본 시급 1200엔과 맞추려면, 1달러 = 109엔 정도가 되어야 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즉, 일본이 그 정도의 '円高(엔고)' 상태였다면,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처럼 환율이 150엔대를 넘나들면,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는 일본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임금이나 환율만으로는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같은 돈을 제시해도,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나', '가족과 살 수 있나' 같은 정주 조건이 함께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이민 제도와 체류 조건입니다.


# 문제는 조선업만이 아니다: 돌봄 분야는 더 심각

사람이 정말 부족한 분야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介護(카이고), 우리말로 ‘노인돌봄’입니다.

이 분야는 일본 전역에서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고,
많은 시설이 외국인 노동자 없이 운영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오던 돌봄 인력이 일본 대신 호주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역시 환율과 임금의 문제입니다.

게다가, 돌봄 인력은 조선업보다 국제적 경쟁이 더 치열합니다.
→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나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 일본, 제도는 있지만 ‘매력’은 부족하다

일본에도 외국인을 위한 특정기능제도가 있습니다.
조건을 충족하면 가족을 동반할 수 있고, 장기 체류도 가능하죠.

하지만 문제는 ‘조건’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 시험
  • 일정 근무 기간
  • 일본어 능력 등

한국이나 대만에 비해 복잡하고, 문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제도가 있어도, 실질적인 유입은 줄어드는 겁니다.

→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도 + 임금 + 생활 안정성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 “일본이 더 잘 산다”는 말, 더 이상 맞지 않는다

과거엔 일본의 경제력이 주변국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2000년에는 일본의 1인당 GDP가 한국보다 3배 이상 높았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과 대만이 일본보다 1인당 GDP가 높습니다.
물론 환율 효과도 있지만, 엔화 약세 + 일본 내 소득 정체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 일본이 ‘인건비가 높은 나라’라는 인식도,
→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나라’라는 위상도 점점 흔들리고 있습니다.


결론:

일본의 인력 부족은 단순한 고령화 문제가 아닙니다.
환율이 낮고, 제도는 까다롭고, 임금은 경쟁국보다 낮다면,
외국인 노동자는 더 이상 일본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이 현상은 조선업에서 시작됐지만, 요양·서비스 전반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내가 이용하는 시설’, ‘우리 가족이 받는 돌봄’까지 닿습니다.

일본의 노동 시장이 바뀌면,
일상 서비스의 질과 가격, 접근성도 함께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변화는 조선소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노인돌봄 인력이 부족해 일부 지방 요양시설은 입소 대기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생겼고,
외국인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음식 배달, 청소, 건설 현장까지 인력 공백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얻는다는 건 이제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게도 다시 생각해볼 지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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