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식

라면값 오를 때 기분 말고 구조부터 봐야 하는 이유

시선의 재구성 2025. 4. 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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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트에서 라면 가격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 이거 원래 이렇게 비쌌던가?”
라면만 그런 게 아니죠. 화장지, 치약, 생수…
매일 쓰는 물건들이 은근슬쩍 다 올라 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외식비가 500원, 1,000원 올라가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라면이 200원만 올라가도 얄밉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죠.
왜 그럴까요?


# FMCG는 ‘빨리 팔리고 자주 사는 생필품’

라면, 세제, 치약, 생수 같은 제품을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낯설 뿐, 우리가 매일 쓰고 자주 사는 생활필수품을 뜻합니다.

  • 소비 속도가 빠르고
  • 가격대는 비교적 낮고
  • 구매 주기는 짧고
  • 떨어지면 바로 사야 하는 품목들

우리는 이걸 ‘상품’이라기보단 생활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거죠.


# 가격이 오를 때 유독 ‘기분 상하는 이유’는 심리 때문입니다

생활필수품 가격이 올랐을 때 드는 감정은
단순히 “비싸졌다”가 아니라
**“원래 이러면 안 되는 물건인데…”**라는 생각에 가깝습니다.

왜 그런 감정이 생길까요?
여기엔 심리적인 작용이 크게 작용합니다:

  • 기대위반(Expectation Violation):
    오랫동안 사왔던 가격이 ‘기준’처럼 굳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이 깨지는 순간, 작든 크든 감정적 충격이 생깁니다.
  • 통제감 상실(Control Illusion):
    생활필수품은 내가 고르고 사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가격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때 느껴지는 무력감이 감정으로 반응합니다.
  • 습관의 흐름을 깨트리는 마찰:
    무의식적으로 사오던 흐름에서
    갑자기 가격이 튀어 오르면 그 자체가
    익숙했던 일상 리듬에 방해로 느껴집니다.

즉,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하는 구조인 거죠.


# 이 물건들이 유독 더 민감한 이유도 있습니다

● 자주 산다 → 더 자주 체감한다

치약, 라면, 생수는
한 번 사두고 오래 쓰는 물건이 아닙니다.

  • 라면은 일주일에 몇 번
  • 생수는 하루에 한두 병
  • 치약은 두 달에 한 번쯤 바꾸고
  • 화장지는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사야 하죠

구매 주기가 짧고 반복되다 보니,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자주 불쾌함을 느끼게 됩니다.


작은 인상도 반복되면 체감 물가로 크게 다가옵니다.

● 대체가 어렵다 → 어쩔 수 없이 산다

사실 대체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이지만
막상 다른 걸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 라면 대신 떡볶이? → 더 비쌉니다
  • 치약 대신 베이킹소다? → 현실적이지 않죠
  • 생수 안 마시고 정수기? → 설치비용이 드니까요

# 근데 가격은 왜 자꾸 오를까요?

소비자 입장에선 '느낌'으로 오르지만,
그 뒤엔 이런 구조가 있습니다:

  • 수입 원자재 비중이 크다
    → 밀가루, 계면활성제, 펄프 등은 대부분 달러로 수입
    → 환율이 오르면 원가도 덩달아 오름
  • 물류비, 포장비, 인건비 전반적 상승
    → 특히 FMCG는 유통 구조가 복잡해
    → 단가에 반영되는 속도가 빠름
  • 마진이 낮다 → 소폭 원가 인상에도 바로 가격에 반영
    → 기업 입장에서는 오래 버티기 힘든 구조

즉, ‘자주 사는 저가 상품’이지만 가격 결정은 꽤 복잡한 구조에 따라 움직입니다.


# 그래서 소비자들은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무조건 브랜드를 고수하지 않습니다.

  • PB상품(자체 브랜드)으로 이동
    → 같은 품목인데 20~30% 저렴
  • 낱개 구매 증가
    → 세트보다 단품 구매로 지출 분산
  • 필요할 때만 사는 구조로 회귀
    → 쟁여놓기보다 ‘정확히 필요한 순간’에 소비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선택 기준도 달라지고,
브랜드 충성도도 느슨해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 마무리하며

생활필수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리듬과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오르면
지갑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하게 되는 구조인 거죠.

하지만 그 감정 이면에는
환율, 수입 원가, 유통비용 등 우리가 잘 보지 않는 현실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납득은 되지만
기분이 완전히 풀리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바로 이 감정과 심리의 지점을 마케팅에 활용하려 합니다.
익숙함, 필요성, 반복구매라는 특성을
더욱 정교한 방식으로 파고들겠죠.

이럴수록 우리는 더 똑똑해져야 합니다.
‘왜 이 제품이 이 가격일까’,
‘이 브랜드는 지금 내 어떤 심리를 건드리고 있을까’
한 걸음만 더 생각하면
가격뿐 아니라, 소비에 대한 감정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생활필수품이라는 ‘당연한 소비’를 다시 들여다보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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