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식

영구채란 무엇인지, 깨끗한 나라는 왜 선택했을까요

시선의 재구성 2025. 5. 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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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라는 말, 처음 들었을 수도 있어요

“깨끗한나라, 신종자본증권 영구채 발행”…
“카카오, 영구채 조달 확대”…

‘채권’이야 대충 알겠는데, ‘영구’라는 단어가 붙으니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돈을 빌리는데, 영원히 안 갚는다고?’
들으면 의아하죠. 그런데 실제로 기업들은 ‘영구채’를 꽤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이게 뭘 의미할까요?

영구채(Perpetual Bond)원금을 갚는 만기가 없는 채권입니다.
그럼 왜 기업들은 이런 걸 발행할까요?
그 구조를 알면, 기업의 속내와 회계 전략이 보입니다.
그리고 요즘처럼 금리가 오르거나 자금 조달이 까다로운 시기엔, 어떤 기업이 영구채를 선택하는지가 시장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해요.

오늘은 이 영구채 구조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투자자나 소비자로서 어떤 시그널을 봐야 할지도 함께 살펴볼게요.


# 본문: 기업들이 영구채를 ‘좋아하는’ 이유

1. 먼저, 영구채란 뭘까요?

  • 일반적인 채권은 일정 기간 후에 원금(Principal)을 돌려주는 조건입니다.
  • 그런데 영구채는 ‘원금을 안 갚아도 되는’ 구조입니다.
  • 그 대신, 매년 이자(Coupon)만 꾸준히 지급하죠.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돈 빌려서 이자만 계속 주고, 원금은 안 갚아도 되는 채권"입니다.

그런데 아무나 이런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영구채는 보통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
또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되길 원하는 기업이 선택하는 방식이에요.


2. 영구채의 특징: ‘빚인데 빚이 아닌 척’

기업 입장에서 영구채는 자금조달 + 회계상 자본 확대라는 두 가지 이점을 가집니다.

  • 이자만 지급하므로, 일시적인 상환 부담이 없음
  • 회계상 자본(Equity)으로 분류되기도 해서 부채비율이 낮아짐

💡 왜 이게 중요할까요?
대출을 더 받거나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부채비율 관리가 핵심이에요.
이럴 때 영구채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처럼 보이는 채권' 역할을 하죠.


3. 기업이 영구채를 발행하는 실제 이유

깨끗한나라가 발행한 영구채 사례를 보면,
기업이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하는지 잘 드러납니다.

  • 2024년 5월, 총 3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 30년 동안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조건으로,
    매년 4.6% 이자만 주는 채권을 발행

우선, 이 회사는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빚이 많았고,
그중엔 예전에 단기로 빌렸던 자금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현금은 그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죠.

 

즉, 이 회사 입장에선

‘지금은 당장 갚기 어려우니까, 일단 숨 고르고, 시간을 벌자
는 식의 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이율은 높은데, 리스크도 큽니다’

영구채는 보통 이율이 꽤 높습니다.
기업이 ‘원금 안 갚을 수도 있으니, 그 대신 이자라도 많이 줄게’라고 설계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조심해야 할 점도 있어요.

  • 이 채권은 이자를 반드시 줘야 하는 건 아니에요.
    (기업이 실적이 나쁘면 이자를 건너뛰는 경우도 있어요)
  • 상환 가능성이 불확실함
    (보통 채권은 만기되면 원금을 돌려받지만,
    영구채는 기업이 ‘이제 갚을게요’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즉,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하면 실망할 수도 있는 상품이에요.
게다가 기업이 어려워지면 상환 순위도 뒤쪽이라 손실 가능성도 크죠.


5. 우리 생활과의 연결: 영구채가 늘어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요즘처럼

  • 기업 이익은 줄고,
  • 기존에 빌려둔 돈은 다시 빌리기 어려워지는 시기에는,
    영구채를 꺼내 드는 기업이 많아집니다.

정상적인 전략이라면 괜찮지만, 단기 위험 회피용으로 남용될 경우엔 위험 신호로 봐야 합니다.

특히 이런 이슈가 은행·보험·대기업으로 확산된다면,
시장은 점점 더 불안정한 조달 환경에 놓일 수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업 건전성을 더 세밀히 살펴야 하는 시기가 됩니다.


# 결론: ‘영구채’가 말해주는 것들

영구채는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등장 배경발행 조건을 잘 보면,
그 기업이 지금 ‘무엇이 급한지’,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만약 뉴스에서 어떤 기업이 영구채를 발행했다면,
단순히 “이율 높네”가 아니라,

“이 기업, 지금 유동성에 여유가 없을 수도 있겠네”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회계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했구나”
이렇게 한 번쯤 의심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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